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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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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트바 작성일2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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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 새롭게 시간의 의미를 되새기곤 합니다. 누구나 과거를 흘러 보내고 더욱 열정적이고 행복한 새해를 기대합니다. 그러다가 또 내년 연말이 되면 지금의 연말과 비슷한 시간을 맞이하고 비슷한 생각을 반복하곤 하지요.


연말연시가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알맹이는 다릅니다. 1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있었던 격동과 의미 아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일 년 동안 아무것도 안 했다 하더라도 알맹이는 최악의 경우 아무것도 안 했다는 회한의 깊이라도 변화되어 있겠지요.  

 

어찌 되었건 인간에게는 시간 속에서 가라앉거나 둥둥 뜨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시간의 강에서 공중 부양하여 상승하겠다고 공언하는 혹자도 계시겠지만 시간이 뭔지 모르는 헛된 소망입니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번뇌 망상의 원흉이라는 점에서 견성성불의 비결이 무시간이자 초시간이라고 굳게 믿고 분별심 이전의 본심부터 시작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인간에게는 시간의 의미가 영원하게 확장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진정한 시간 초월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시간 초월은 시간이 있다 없다는 개념의 초월인데, 그것은 존재가 있다 없다는 개념을 초월하는 것이라서, 그러한 생각을 존재자로 투사된 피조물이 생각하거나 정의할 가능성은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없다는 진실을 깨닫고 실토해야만 그나마 시간을 영원성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시간의 망각이나 초월은 인간 능력이 아니라 동물적 능력입니다. 인간만이 지닌 능력은 시간을 확장하는 능력입니다, 그런데 시간의 본질은 만변입니다. 변화를 괴로움으로 본다면 만변의 본질에서 벗어나야만 하겠지만, 그렇다고 시간을 벗어나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죽어도 불가능합니다. 존재를 만든 이가 내가 아니므로 내가 사라져도 존재가 영원히 사라졌다고 장담할 수도 없고 기뻐할 근거도 없습니다. 단지 감각의 철회입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시간의 확장을 만변의 확장이라고 오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오해는 시간의 본질을 길이와 양으로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의 유상, 무상, 상무상, 비상비무상의 경지는 범이라는 인간적 개념에서 정의되는 스스로의 법이므로, 그 실체를 논하는 것은 유상의 어떤 경우에서도 불가능합니다. 다만 존재해야만 한다는 것만은 틀림없겠지요. 그 존재의 양식이 수없이 많은 초월적 세계에서의 시간의 의미이자 삼천대천세계 공간적 개념이라는 점을 인정해야만 합니다.

 

시간을 정의하는 글이 유란시아 118편의 최극과 궁극-시간과 공간인데, 모든 문장마다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118:1.3
어떤 주어진 지능체의 시간 의식의 단위와 성숙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시간 단위는 하루나 일 년 또는 더 긴 기간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반드시 그것으로 의식적 자아가 삶의 상황들을 평가하는 것에 따르고, 그리고 착상하는 지능체가 현세적 실존의 사실들을 가늠하고 평가하는 것에 따르는, 기준이다.

 

무시간 초시간이 허황되고 의미 없는 몸짓이고 단지, 영원하게 확장하는 것만이 깨달음의 단계라면 미소 단위의 시간을 확장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이를 시간 의식의 단위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 단위는 찰나가 되는 경우도 있고 1시간이 되거나 1개월이 되거나 1년이 될 수도 있겠지요.  

 

시간의 단위는 시간 자체의 길이보다는, 생각이나 의식이나 체험에 녹아있는 시간의 길이를 말합니다. 어떤 체험은 10년의 시간이 녹아있고 어떤 생각은 일생의 시간이 녹아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기억이라고 불리는 시간의 총길이를 말하는 것과는 아주 다릅니다.

 

일생의 사건이나 체험을 빠짐없이 기억해도, 그것은 단지 메모리 기능입니다. 수천 년의 기억도 간단하게 저장하는 물리적 장치가 발달한 요즘은, 역사적 기억이나 시간적 사건은 별 가치가 없습니다. 시간을 확장하는 핵심은, 의식에 담겨있는 시간 전체의 의미입니다.  

 

연말에 일 년 전체를 담을 수 있는 어떤 실제 사건이나 체험이나 물질적 혹은 정신적 실체가 있다면, 이미 일 년이라는 시간의 의미와 가치는 하나에 결집되어 있는 것이지요. 일 년 전체를 빠짐없이 기억해도 오직 매 찰나의 기쁨과 즐거움과 추억만을 떠올린다면, 시간에 끌려다니다가 점점 가라앉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변의 본질을 가진 시간의 흐름 위에 둥둥 떠서, 자신만의 흐름의 궤적을 바라보고 그 의미를 좀 더 길게 연장하여 파악할 수 있다면, 그 길이는 일 년이 될 수도 있고 십 년이 될 수도 있고 일생이 될 수도 있겠지요. 연말에 되돌아보는 것이 단지 기억이라면, 내년 연말에도 시간은 변함없이 무의미합니다.  

 

연말에 시간의 의미를 다시 마무리하고 연시에 시간 흐름의 위에 서려는 것이 새롭게 시간을 맞이하는 마음의 자세일 것입니다.

댓글목록

토파즈님의 댓글

토파즈 작성일

시간의 단편은 스토리가 있으면 더 이상 의미 없고 스토리는 신성한 생명의 체험이 있으면 더 이상 쓸모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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